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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M.D.M 
  원고 도입부에 관하여
이 글은 353번 게시물 b1님의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쓰던 도중 생각보다 말이 길어지고 다른 분들께도 어느정도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에 강좌로 돌립니다. 사실 아래쪽의 콘티를 짜는 강좌의 그림이 깨져 다시 만들기 싫다는 귀찮음이 두 번째 이유죠. ^ ^;;

이 글은 원고 도입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시작이 반이라 했습니다.
콘티짜는 법에서보다 조금 더 자세히 들아갔다고나 할까.
더 뜬구름 잡는 소릴 늘어놨다고나 할까...
어차피 똑같은 소리 조금 말 바꿔 재탕했다가 더 맞는 소리일지도 모르겠군요.
하여간 일단 들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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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1님의 글을 읽고 한동안 웃었습니다.
저도 만화 처음 시작할 때 첫번째 고민이 바로 저것이었거든요. ^ ^
도대체 컷구성은 어떻게 하는 건지 이렇게 해야하는 건지 저렇게 해야하는 건지 정해진 건 없는지 과연 이렇게해도 괜찮은 건지...
사실 원고용지 밖으로 나가지만 않으면 어떻게해도 상관없는 것이 만화란 것인데 그 자유가 오히려 참 부담스럽죠.
전체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시작을 어떻게 하는가”에 관한 이야기만 조금 늘어놓을까 합니다.

다만 이것은 SMDM이란 만화가의 자의적인 글이니 모든 만화가가 이렇게 생각하진 않는다는 걸 항상 염두에 둬 주세요.
그럼 시작해봅시다.



만화를 처음 그릴 때 가장 막막한 건 컷을 대체 어떻게 짜야하느냐입니다.
당연합니다. 당신은 초보자. 처음부터 걷는 인간은 없습니다.
그럼 초보자 답게 아주 기초부터 시작해봅시다.



1. 스토리를 만든다.
왜 스토리부터 짜느냐.
화면구성과 컷배치는 결국 스토리를 표현하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죠.
스토리 없는 만화는 없고 스토리 없이 만화는 그릴 수 없습니다.
그러니 만화의 가장 기초는 스토리짜기로 시작합니다.
말은 거창하지만 누누이 말하지만 당신은 초보자.
그러니 처음부터 제국의 황녀가 복수를 위해 어쩌구... 같은 거대 판타스틱 럭셔리 스토리는 잠시 참아주세요.
초보자답게 우리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나가봅시다.


스토리는 아주 [짧게]. 그리고 [간단하게] 설정합니다.
왜냐하면 목적이 확실하고 잔가지가 적어야 쑬데없는 고민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복잡하고 정교한 이야기는 좀더 나중에 알아서 하세요.
지금은 초짜를 위한 것.
일단 제가 시범으로 스토리를 짜겠습니다.



*대략 줄거리 - 주인공a가 친구b를 버스 정류장에서 만나 학교에 간다. 끝.



무시무시하게 간단하죠? ^ ^;;
지만 그냥 친구만나 학교 가는 이야기 썰렁하죠. 그럼 거기에 설정을 추가해 윤기를 더해봅시다.


*추가 설정1-
주인공a는 사고로 장님이 되었다.
친구b는 그런 친구를 도와 첫 등교를 도와주기 위해 같은 버스정류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어떻습니까? 이야기에 조금 흥미가 생기죠?
자 거기에 더욱 윤기를 더해봅시다.


*추가 설정2 -
주인공a(여자)는 옛날부터 소꿉친구b(남자)를 좋아했다. 헌데 사고로 장님이 된 후, b에 대한 감정을 접기로 했다. 그리고 첫 등교날인 오늘, 마음을 다잡아 b를 친구로만 대할 것이다.

친구 b는 예전부터 a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친구와 애인의 감정이 절반정도 걸쳐있어 그녀에 대한 감정이 모호했기 때문에 그녀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허나 a의 사고를 계기로 자신의 마음을 확실히 깨달아 그녀에게 고백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고 후 그녀는 묘하게 자신에게 냉정해졌다. 설마 이젠 자신이 싫어진 걸까?
첫 등굣길. 어떻게든 마음을 전하고 싶다.



으하하 갑자기 친구 등굣길이 애절한 러브스토리가 됐습니다.
이것이 스토리 짜는 고급라인입니다.

“전체는 [단순]하게 그 안에 [인물설정]과 [상황설정]으로 다이나믹함을 넣어준다.”

이 라인은 단편을 만드는 감각으로 장편을 만들 땐 저 짧은 라인은 여러개 이어붙어 빈틈을 최대한 줄이는 작업을 덧붙여 해야합니다. 그 쪽 과정에도 할말은 많지만 그건 각자 데뷔해서 알아서들 하시고, 여기는 기초를 이야기하는 공간이니 가볍게 갑시다.




2. 캐릭터 만들기
대략적인 이야기가 나왔으니 다음은 캐릭터 설정으로 넘어가죠.
스토리가 줄기였다면 캐릭터들은 나뭇잎입니다.
가지만 앙상한 나무는 볼품없죠. 나뭇잎으로 적당히 꾸며줘야 나무도 체면이 서겠죠.
그럼 나뭇잎을 한번 만들어 봅시다.
캐릭터를 만들 때 스토리상황을 항상 염두에 두세요. 이야기는 현대물인데 등장인물이 사극이면 독특하겠지만 이해하기 힘들죠.
적당한 장소에 적당한 인물배치. 아주 중요합니다.


*여주인공a.
소꿉친구를 여태껏 좋아하면서 고백도 못할 사람이라면 츤데레 성격일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활발해도 상관없고 우울해도 상관없지만 남자 소꿉친구가 여태껏 친구로 붙어있었으니 활발 계열이 맞겠죠. 거기다 장님이라 사랑을 포기했다면 다소 자신감 결여된 부분이 있는 소녀.
정리하자면 a는 활발한 성격이지만 진심을 밝히는데 익숙하지 못한 솔직하지 못한 타입이며 고집도 세고 약간의 콤플렉스도 있지만 눈을 잃음으로써 겉으로는 강한 척 허세를 부리고 있는 여자아이입니다. 말은 다소 무뚝뚝하고 기분이 조금 저조해지면 활발한 척 자신을 꾸미는 성격. 마음과 달리 솔직하지 못한 말을 툭툭 내뱉고 뒤에 가서 후회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 정말 연애하기 힘들다...


*남주인공b
지금까지 알아온 여자 자기가 좋아하는 줄도 몰랐다면 어지간한 둔팅이. 거기다 상대방의 마음을 알면서도 외면해 왔다면 다소 이기적인 성격의 소유자죠. 아마도 외모는 좋을 듯. 그렇지 않고서야 저 좋다는 여자애가 있고 자기도 마음이 있는데 내버려둘리 없죠. 여기저기서 여자애들이 눈짓 발짓하는데 익숙해야 콜싸인도 무시하는 겁니다. 거기다 상대가 큰일을 당하고 나서 냉정해지자 이제서 아차 싶어 대쉬하겠다니... 전형적인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타입. 전문용어로 후회공이랄까요. 항상 감정상 우위에 서있다 처음으로 외면받아 다소 쫓기는 심정입니다. 솔직히 좀 재수없는 타입. 하지만 매력적인 사람. 동시에 조금 어리광도 있을 듯. 다소 우유부단한 성격으로 섬세한 타입은 절대 아니다. 자기가 말하다 흥분해서 화낼 타입으로 조금 다혈질.



(캐릭터를 만들 때, 상황에 맞춰 성격을 조성하거나 성격을 먼저 조성하고 상황을 맞추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이번 경우 상황에 성격을 맞추는 방법을 썼습니다.)
보통 캐릭터를 만들라면 그냥 맘에 드는 그림 하나 달랑 그려놓고 얘가 주인공. 끝.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만들면 나중에 땅치고 후회하는 건 작가 자신입니다.
외모는 물론이고 캐릭터의 행동양식까지 설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이렇게 반응한다. 같은 행동라인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캐릭터 설정은 작품의 매력을 결정하는 중요 포인트. 당신의 만화가 인기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하는 주연배우들이니 알아서 잘 꾸며주세요. 물론 조연인물 조성법도 있지만 그것까지 말하자면 너무 귀찮으니까 그건 알아서들 하시구랴.
작가 지망생이라면 그 정도는 스스로 만듭시다. 나도 귀찮아요. - -



3. 첫화면 설정.
드디어 본론이군요.
화면설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합니까?
페이지? 스토리?

제가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첫인상”입니다.
첫페이지는 작품의 얼굴이고 앞으로 전개될 만화의 단초이며 이 작품을 읽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를 결정짓는 중요한 관문입니다.
이것은 표지그림으로 강조할 수 도 있고 작품의 주요 코멘트로 시작할 수도 있으며 주인공 얼굴로 밀어붙일 수도 있습니다.
요는 얼마나 인상적이며 강열한가. 얼마나 흥미를 유발시키느냐입니다.
해서 저의 경우 첫페이지가 안 풀리면 한달이고 두달이고 작업자체에 못들어간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라서 첫 도입화면이 안 풀리면 뒤의 스토리가 짱짱해도 결국 원고가 안나오더군요. 물론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얼굴이 좋으면 50% 호감을 거저먹고 들어가니 다들 중요 체크합시다.


그럼 이 작품에 첫 중요포인트는 뭘까요?
전 여자주인공이 “장님이 됐다.”에 포커스를 맞췄습니다.
비극적으로 울부짖는 건 그리는 게 귀찮고 또 사고 후 첫 등교 날이니 자신에 대해 어느정도 인정을 한 뒤란 생각에 다소 냉정한 맨트와 장님소녀란 설정을 부각시키는 화면을 짜기로 결정.
인상은 대사로 강조.
그림은 대사를 풀어넣는 방식으로 설정해서 나온 것이 아래 화면입니다.






요는 그겁니다.
어떤 인상을 줄 것인가.
얼마나 인상적일 것인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시킬 수 있을 것인가.
무조건 과장되게 그리라는 말이 아닙니다.
당신이 무엇을 위해 이 만화를 만들었는가. 어떤 걸 표현하고자 시작했는가.
그 처음의 감정을 담아보세요. 그것만 성공한다면 첫화면은 성공입니다.



4. 전체 페이지 설정.

첫화면부터 만들고 전체페이지를 설정한다??
뭔가 이상하죠?
사실 보통 전체 페이지 설정은 스토리 작업할 때 같이 해야합니다.
헌데 처음부터 그렇게 페이지를 확고히 설정하고 시작하면 오히려 막막해집니다.
스토리가 넘치면 이걸 이 페이지에 어떻게 구겨넣어야 하나 고민하고 스토리가 모자르면 이걸 어떻게 늘이나 고민해야 하죠.
해서 첫 번째 작품작업이라면 전 오히려 페이지 설정을 나중에 하라고 권합니다.
페이지 빡빡한 잡지도 아니고 척하면 착 나오는 프로도 아닌데 처음부터 페이지제한이 어쩌고 같은 제약은 하지마세요. 그건 조금 더 익숙해지고 자신이 어떤 장면에 몇페이지를 사용하는구나... 라는 텔링을 조금이라도 잡은 다음에 페이지 제한에 들어가길 추천합니다.

처음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원고에대한 공포감을 줄이는” 겁니다.
백지의 자유에 떨지말고 그리고 싶은 장면을 그려내는 용기. 그걸 먼저 기르세요.
그런 다음 “그릴 수 있는 현실적인 페이지”를 설정하는 겁니다.
전 일단 이 이야기를 16페이지로 설정했습니다.


............그리고 그 뒤는 다음 페이지를 보여주며 설명에 들어가야 하지만...
죄송합니다. 아무리 설명을 위한 것이라지만 쌩으로 16피 그리자니 너무 피곤해서 실물 놓고 설명하는 건 넘어가겠습니다. 양심이 있는 독자라면 여기서 용서하세요.




이렇게 도입부에 관한 설명은 어느 정도 나온 듯합니다.
사실 만화란 도입이 해결되면 그 뒤는 그리고 싶은 의지만 있다면 어떻게든 나옵니다,
아닌 분들도 있겠지만 저의 경우 그렇더군요.
우선 도입부부터 만들어보세요.
그런 뒤 하나씩 전개해보세요.
시작이 반입니다.
시작부터 해봅시다.
그럼 이만.



- 3월에 S. M. D. M -

  애독자 삭제  2008/04/23  
 너무 훌륭한 강의입니다. 감사합니다
근데 요즘은 장님이란 표현은 자칫하면 장애인분들께 거부감을 줄 수도 있어서, 그보다는 공식적인 시각장애인이란 말을 쓰심이 어떨까 합니다. 주제넘게 죄송합니다;;
  S.M.D.M    2008/04/23  
 알고 있습니다만 화자 본인이 시각장애인인데 스스로 시각장애인이라 칭할 것 같지 않습니다. 그리고 공식적인 사회적 표현도 아닌 개인 작품에서까지 어휘를 제한한다면 이는 창작을 제한하는 행위라 생각해 쓰지않았습니다. ^ ^;
지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망생 삭제  2010/07/24  
 오랜만에 들려서 좋은글 보고 갑니다 ^^ 그땐 왜 못봤는지.. 그때 봤더라면 뭔가 달라졌을까요 ㅋㅋ 항상 좋은 작품 기대하고있습니다 ^^*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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